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마무리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조달 방안엔 한국의 금융 지원 없이 자체 재원으로 원전을 건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3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최종 계약을 앞둔 가운데, 체코 정부가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되면서 계약 체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3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 재무부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을 짓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완성하고 EU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력망을 공유하는 유럽연합 국가들은 발전시설 건설 전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7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두코바니에 두 개의 원전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은 24조원 정도다. 체코 정부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등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해 두코바니 원전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금리 조건, 환율 등 자금 융통 과정에서 반독점 규제 위반에 해당하는 조건이 있는지를 검토한 후 조달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자금 조달 계획에 한국 정부의 금융 지원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입찰 서류를 내면서 금융지원 의향서를 함께 제출해 원전 수주 계약을 조건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수원은 “금융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비구속적 의향서’로, 금융지원 확약은 아니었다. 대형 프로젝트 입찰 시 필요한 경우에는 관례상 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내년 3월 한수원이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 두코바니 5호기는 203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한수원과 체코 전력 당국 대표단은 입찰서에서 제시한 조건을 바탕으로 최종 계약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향후 3~5년 안에 테멜린 지역에 추가로 지을 원전도 한수원이 가져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체코 원전 수출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현지에서는 이번 정치적 사건이 최종 계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 시각)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페트르 파벨 대통령이 만나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대한 논의를 나눴으며, 한수원이 신규 원전을 지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