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내년 1분기 국내 수출 경기가 소폭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2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 전망을 조사하는 지표다. EBSI는 0~200 사이로 집계되며,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다음 분기 수출 경기가 나아진다는 것, 100을 밑돌면 위축될 것이란 의미다.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추이. /한국무역협회 제공

EBSI는 지난해 4분기 97.2에서 올해 1분기 116.0으로 반등한 후, 2분기 108.4, 3분기 103.4를 기록했다. 하락 추세에도 기준선 위를 지켜왔는데 내년 1분기는 기준선 밑으로 내려왔다.

품목별로는 주요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이 내년 1분기 기준선을 밑돌아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가전(52.7)이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와 유럽연합(EU) 수요 위축으로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64.4)도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인한 경합 심화와 전방산업 재고 증가로 수출 부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선박(146.4), 생활용품(137.9), 자동차·자동차부품(130.7), 화학공업(121.5),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100.5) 등은 수출 전망이 비교적 밝게 나왔다.

내년 1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17.4%),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5.2%),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2.0%),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물류비용 상승(10.9%) 등이 꼽혔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주요 수출 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수출기업들은 각국의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전년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인 2000여곳 중 1010곳의 참여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