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장 등을 비롯한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원화 약세를 꼽았다.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급 등을 포함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기될 가능성이 커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앞두고 대기 중인 모습. / 뉴스1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 김견 HMG경영연구원장,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 김성태 두산경영연구원장, 최동용 포스코경영연구원 실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연구소장들은 국내 기업들에게 환율 상승이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37원대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들은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유사한 정국과 비교해서는 “2016년에는 대외환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며 “이 시기에는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가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지만, 최근 환율 급등 상황에서는 수출단가 하락에 의한 물량 확대 효과가 과거보다 줄어 기업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보편관세 부과를 추진할 것”이라며 “과거 닉슨 대통령 시기의 사례를 볼 때 보편관세는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고, 추후 무역적자 해소 등을 위해 보편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등 보조금 정책 폐지에 대해서는 “법안처리 절차를 고려하면 IRA가 칩스법보다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필리버스터의 적용을 받는 반도체과학법은 사실상 폐기가 어렵지만, IRA는 예산 조정 절차에 따라 단순 다수결로 통과될 수 있기 때문”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 및 일자리법(TCJA) 연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며 “IRA 폐기 논의는 미국 의회 절차 규칙상 2026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연구소장들은 “전기차 산업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유관업체의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컨트롤 타워를 단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이 본래의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는 예정된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대외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 정부, 경제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