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HMM(011200), KDB생명 등의 민영화 작업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HMM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본 건전성 문제가 지적되면서 매각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당분간 매각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내년 4월 7200억원 규모의 HMM 영구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HMM 주가가 액면가 아래인 5000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CB를 전환하지 않는다면 경영진 배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HMM 컨테이너선 자료사진. /HMM 제공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지표가 떨어질 수 있다. 산은이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0.87%에서 33.95%로 늘어나는데, 주식은 CB보다 위험 가중치가 높다. 올해 9월말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36%다. 산은이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BIS 자기자본비율 수치가 금융당국 권고치인 13%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내려가면 조달금리가 오르고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산은이 보유한 HMM 주식 수가 늘수록 이 수치가 하락하면서 반도체 산업 지원 등 정책금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HMM 매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담당자들이 무리해서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HMM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있지만, 해진공은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2대 주주인 해진공의 지분은 그대로 두고 산은 지분만 매각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HMM 매각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지고 정책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은 사실상 무산됐다. 산은은 2014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금껏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는 결국 KDB생명이 산은 자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도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