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큰 피해를 봤던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두산그룹은 지난 6개월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241560)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밑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최근 해당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서 무산됐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회사채 발행 등 '플랜B'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관련 차입금 7177억원, 미지급비용 66억원 등 총 7243억원의 부채를 두산로보틱스에 넘기고, 동시에 법인 분할로 4813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만약 지배구조 개편이 시행됐다면, 올해 기준 순차입금은 기존 2조8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순차입금이 줄면 연간 660억원가량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것이란 계산도 있었다.
이번 개편이 무산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강화 방안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늘어나는 상황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계획이었다. 두산그룹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세일즈'에 동행하며 추가 수주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무산됐지만,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9일에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기업활동(IR) 미팅을 통해 미래 성장 전략을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로보틱스는 당장 두산밥캣과 합병하지 않더라도, 유동성만 확보하면 스마트 머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로 차입금에 여유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무산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매년 이자비용으로 1500억원 안팎을 내고 있어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회사채 발행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은 BBB+지만, 대규모 원전 수주 기대감 등이 반영돼 발행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앞서 9월에는 2년물, 3년물 회사채 1500억원을 4%대 금리에 조달하기도 했다. 차입금(7243억원)에 대한 연 이자율(5.5~6.3%)보다 낮은 수준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회사 분할·합병 계획에 대한 철회는 갑작스러운 대외 여건에 따른 결정으로 향후 일정에 대한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