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에 따른 후폭풍으로 국정 혼란 우려가 커지면서 현 정부가 성과로 내세웠던 체코 원자력 발전소 수주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정치 위기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내년 3월 최종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원전 협상단은 이날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발주사인 엘렉트라르나 두코바니 Ⅱ(EDU II), 현지 규제기관 등이 대표단을 꾸려 한수원의 품질보증관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협상단은 지난 9월 한 차례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수시로 방한해 우리나라 원전 기술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수원은 내년 3월 체코전력공사(CEZ)와 최종 수주 계약 체결을 목표로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민관 합동 '팀코리아'는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체코 원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체코 원전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룬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페테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가진 단독 정상회담에서 "최종 계약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말하면서 체코 정치인들과 만나 원전 최종 계약 지원을 당부하는 등 원전 세일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저가 수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저가 수주 의혹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정치 싸움에 원전 수출이 발목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체코 정부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을 인지하고, 원전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일정 조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도 일정대로 최종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분쟁을 일으킨 미국 웨스팅하우스와도 중재를 계속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원전 사업 계약은 발주사와 정한 절차 및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