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치 일감을 쌓아둔 조선사들이 강(强)달러, 후판 가격 안정으로 구조적인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조선업은 선박 가격을 달러로 받아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전체 선박 가격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도 철광석 가격 하락, 중국산 제품 수입 등으로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전날 1414.8원에 마감했다. 이는 전일 대비 1.20원 오른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훌쩍 넘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보호무역 기조 속에 재정을 확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바 있다. 물가가 오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율에 따라 대금을 받는데, 선박 인도 시 선박 대금의 60%가량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이 많이 쓰인다. 헤비테일 방식은 조선사에 불리한 방식이지만, 달러 강세 기조에서는 나중에 돈을 받을수록 원화 환산액이 많아져 유리하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89.18포인트(P)로, 지난해 11월(176.61P)과 비교해 약 7.1% 올랐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6.1% 상승했는데, 환율을 감안한 원화 신조선가 지수는 같은 기간 1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후판 가격이 오르지 않는 점도 조선업계엔 호재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지난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데,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내려가면서 철강업계의 협상력이 밀리는 상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초 톤(t)당 140달러선까지 올랐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103.9달러까지 떨어졌다. 철광석은 조선용 후판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해 후판 값 협상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량이 늘어난 점도 원가 절감 요소가 됐다. 최근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내산보다 t당 10만~20만원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후판은 115만7800t으로 1년 전보다 7.35%, 2년 전보다 80.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은 국내 대형 조선 3사에 대한 실적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HD현대(267250)의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713억원으로 3분기(4216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오션 4분기 영업이익은 970억원으로 3분기(256억 원)보다 278% 늘고 삼성중공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1482억원으로 3분기(1199억원)보다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