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신사업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후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두 회사가 맺은 NDA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를 검토한 부문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부문은 분리돼 있다고 밝혔으나, 고려아연은 MBK의 모든 부문이 NDA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관련 자료를 받고 2022년 5월 NDA를 체결했다. MBK는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고려아연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20개 조항에 서명했다. 비밀유지계약 기간은 올해 5월 종료됐다.

고려아연. /뉴스1

MBK는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끝나고 3개월 남짓 지난 9월 12일 영풍(000670)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수조원대 자금을 넣는 M&A를 3개월 만에 준비하기는 어렵다며 MBK가 비밀유지계약이 끝나기 전부터 영풍과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NDA 8조는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함해 경영을 통제하거나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MBK는 정보 제공자인 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NDA 제9조는 MBK가 고려아연의 임직원,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 논의나 협상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품목을 공급받기 때문에 MBK가 고려아연의 '주요 공급자'와 협상했다고 주장한다.

MBK는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M&A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이 투자를 제안한 곳은 MBK의 투자 운용 부문 중 하나인 '스페셜 시튜에이션스'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곳은 '바이 아웃' 부문이다. MBK는 "'바이 아웃' 부문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고려아연 측) 설명서를 활용했을 수 있다는 주장은 몰이해에서 비롯된 추측과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에 대해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계열사'도 비밀유지계약을 지켜야 하는 대상"이라며 "NDA 상 계열사란 MBK의 나눠진 부문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