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30위인 SM그룹 우오현 회장의 외아들 우 모씨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옥수동의 한 아파트 단지 토지를 매입해 알박기(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에서 매각을 거부하고 버티면서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우 씨가 해당 토지를 취득한 뒤 그룹 계열사에서 자금을 빌리고 채무는 자신의 개인 회사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 씨는 2018년 6월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아파트의 4개 필지(총면적 752㎡)를 경매를 통해 5억2770만원에 취득했다. 해당 아파트가 201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2018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재건축 추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을 때다. 아파트 주출입구로 쓰이는 약 150㎡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는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 측은 우 씨가 알박기 목적으로 재건축 예정지의 땅을 매입했다고 주장한다.
우 씨는 조합 측에 향후 재건축 수익의 절반을 포함해 약 300억원에 매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 측은 “300억원을 요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향후 재건축이 진행되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해서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 씨가 토지를 취득한 직후인 2018년 8월 광주은행은 4억8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후 8개월 후인 2019년 4월 계열사 SM상선이 근저당을 추가로 설정했는데, 채권최고액이 51억5424만원이었다. 1순위 담보가 있는 땅을 담보로 취득가의 10배 가까운 돈을 그룹사에서 빌린 것이다.
아파트 조합 측과 SM그룹 측에 따르면 현재 해당 토지의 감정평가액은 80억~100억원 수준이다. 한 변호사는 “현재 감정평가액이 채권최고액보다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추후 발생된 것으로, 근저당 설정 당시 평가액이 채권최고액에 부합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며 “SM상선이 감정평가액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금액의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SM상선이 설정한 근저당권은 8일 후인 2019년 4월 30일 채무자 명의가 우 씨에서 그가 지분 100%를 가진 ㈜라도로 변경됐다. 소유자는 그대로 우 씨다. 당시 ㈜라도는 SM상선의 특수관계자였기 때문에 특수관계자 간 자금 대여 등이 감사보고서에 기재돼야 하지만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
우 씨가 소유권자이면서 채무 명의만 ㈜라도로 바뀌었다는 것은 ㈜라도가 채무변제 의무를 떠안았다는 의미다. ㈜라도는 2021년 SM그룹 지주사 삼라마이다스에 흡수합병 돼 채무도 함께 넘어갔다. 한 변호사는 근저당권 채무가 우 씨에서 ㈜라도로 변경됐을 때 우 씨가 SM상선에서 빌린 자금도 ㈜라도로 넘어갔는지가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근저당권자에게서 빌린 돈을 소유자가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에서 채무만 형식적으로 넘긴 거라면 돈을 대신 갚게 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다”며 “채무 명의 변경 때 자금 이체 내역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당사자 외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SM그룹 측은 우 씨와 ㈜라도 간 채무 이전과 관련해 “㈜라도가 SM상선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자체 신용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대주주인 우 씨가 개인 자산을 SM상선에 담보로 제공해준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라도는 2018년에 190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우 씨는 지난해 다른 두 명과 지분을 쪼개서 소유 중인 일부 토지의 공동 소유주를 상대로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해 올해 5월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각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원고와 피고들에게 각 공유지분 비율에 따라 분배한다”고 판결했다.
SM그룹 측은 “공유 지분을 감정평가액보다 비싸게 사달라는 공동 소유주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공유물 분할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분할이 마무리되는대로 경매를 진행해 차익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조합과의 협의와 관련해서는 “조합 지도부가 수차례 바뀌면서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원만한 대화를 통해 합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