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1.4%였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도심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와 비교해 ‘계획 미정’은 6.9%포인트(P) 증가했고, ‘계획 없음’은 6.1%P 늘었다. 반면 ‘계획 수립’은 32.0%로 지난해보다 13%P 감소했다.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 39곳 중에서는 올해보다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경우가 28.2%로 확대하는 경우(12.8%)보다 많았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59.0%다.

투자 확대·축소 응답 비중.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많았는데 1년 만에 역전됐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내년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전망(33.3%), 국내 투자 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이 꼽혔다.

투자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라고 응답한 기업이 42.9%로 가장 많았다. 고환율 및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설비·연구개발 투자 지원 부족(37.4%),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15.0%) 등이 꼽혔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지원 확대(21.0%), 세제지원 강화(16.9%)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