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고려아연(010130)의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재정적 지원 후보군이었던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받아 검토한 사실이 1일 알려졌다.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시 MBK는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비밀유지 계약에 서명했는데, 이 계약이 종료된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9월 영풍(000670)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MBK와 고려아연이 맺은 비밀유지계약서에는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의 세부 내용 전부를 비밀로 하고, 자료를 다른 곳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공개 매수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제공한 자료는 내부 기밀로, 신사업 관련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계약은 지난 5월 종료됐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2년 취임 후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전략을 말한다.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2030년까지 15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MBK와 접촉했다. MBK는 2022년 당시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세부 사업 자료를 받아 투자 여부를 검토했다.
MBK는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되고 나서 약 3개월 후인 9월 중순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다. MBK는 공개매수 하루 전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은 콜옵션이나 풋옵션 등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유효할 때부터 영풍과 적대적 M&A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MBK가 확보한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 활용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고려아연이 넘긴 내부 자료에 신사업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가 국내 대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업들은 MBK 등 자본을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