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절반과 대기업 중 60%가 내년 긴축 경영에 돌입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부터 조직 개편과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이 응답 비율은 2019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현상 유지’와 ‘확대 경영’을 택한 비율은 각각 28.0%, 22.3%였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내년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61.0%로, 2016년 이후 최고치다. 이는 300인 미만 규모 기업(45.7%)보다 15.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현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긴축 경영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관해 묻자 ‘전사적 원가절감’이 66.7%로 가장 많았고, ‘인력 운용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순으로 답했다. 내년 투자계획을 묻는 말엔 39.5%의 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수준으로 투자’(35.0%,), ‘투자 확대’(25.5%)가 뒤를 이었다. 투자를 축소한다는 응답 비율도 300인 이상 기업(58.5%)이 300인 미만 기업(32.8%)보다 25.7%포인트 높았다.

취업 시장에도 한파가 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채용계획은 ‘올해 수준’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채용 축소’는 36.9%, ‘채용 확대’는 18.4%였다. 경총은 “긴축 경영 기조와 투자 축소, 채용 축소 모두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응답 비율이 높았다”고 했다. 현재의 침체 상황을 대기업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국내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정부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에는 응답 기업 82.0%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