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이 페루 함정 수출 사업에서 LIG넥스원(079550)을 파트너로 확정하면서, 두 업체의 ‘반(反) 한화 함정 동맹’이 더 굳건해질 전망이다. 그간 국내 함정 전투체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한화시스템(272210)은 HD현대중공업과 오랜 협력 관계에 있었지만, 앞으로 방산 부문에서 한화오션(042660)의 활약을 기대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한화시스템은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며 함정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HD현대중공업에 지휘통제, 전자전, 통신장비를 아우르는 함정용 종합 설루션을 공급하는 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LIG넥스원이 납품할 장비는 향후 페루 해군이 운용할 3400톤(t)급 호위함과 2200t급 원해경비함에 탑재된다. 이 함정들은 HD현대중공업과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가 협력해 현지에서 오는 2030년까지 건조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이 오랜 수출 사업 파트너였던 한화시스템을 대신해 LIG넥스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수주한 2600t급 필리핀 호위함 2척에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탑재했고, 이후 진행된 두 함정의 성능개량 사업도 한화시스템과 함께 진행했다. 또 필리핀에서 2021년 수주한 3200t급 초계함 2척과 2022년 수주한 2400t급 연안경비함 6척에도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탑재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시스템의 협력 관계는 지난해 5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함께 ‘미래형·수출형 함정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전투체계 분야 상호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반(反) 한화 함정 동맹’을 구축했다. 3사는 국내외 수상함, 잠수함 교육훈련체계,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분야 사업을 포함해 미래형·수출형 함정 개발과 관련한 교류를 확대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기로 했다.
이번 LIG넥스원의 수주는 새로운 함정 동맹의 첫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LIG넥스원은 이를 계기로 해상 전투체계 분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할 수 있게 됐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에) 함정 전투체계의 핵심인 전자전 등 임무장비부터 전투관리체계에 이르기까지 종합 설루션을 제안해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완성도 높은 ‘함정 통합전투체계 패키지’ 공급 능력을 보유한 업체임을 입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향후 페루 해군이 발주할 예정인 호위함 5척, 원해경비함 3척, 상륙함 2척 등 후속 함정 사업에 대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상태로, LIG넥스원의 추가 수주 기회도 열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수출 시장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HJ중공업(097230)과 ‘해외 함정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각 사가 보유한 함정 기술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출용 함정 개발에 나서 중동·동남아시아 등 해외 함정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HJ중공업은 지난 1972년 국내 최초의 국산 경비정을 건조했고, 각종 대형 수송함, 초계함, 상륙함, 고속정 등 국내 최다 함정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도 해군의 신형 고속정(검독수리-B Batch-I) 16척 전 함정을 건조한 이력이 있고, 후속 사업인 Batch-II 사업에서도 1~8번함 등 8척을 추가 수주했다.
특히 HJ중공업은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을 건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조선사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양사의 독보적인 해양 기술 역량과 다양한 수출 노하우, 수출국 현지화 전략 등 경쟁력을 총동원해 글로벌 시장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