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추진 중인 SK(034730)그룹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와 회장 직속 연구조직인 SK경제경영연구소 인력을 줄인다. 그룹 내 대표적인 ‘브레인(brain·전문가 집단)’으로 꼽히는 조직의 군살을 빼 효율성을 높이고, 최정예 인력을 계열사에 전진 배치해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SK그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수펙스는 최근 몇몇 대상자와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수펙스는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펙스를 떠나는 직원들은 원래 소속된 계열사로 돌아간다.
수펙스는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협의기구로 지난 2013년 출범한 조직이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수펙스는 한때 150여명에 달했으나 최근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을 통해 현재는 10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SK경영경제연구소도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연구소에는 현재 약 50명이 일하고 있는데, 10명 안팎이 다른 계열사로 분산 배치될 예정이다. 거시경제, 경제정책 연구 등에 특화된 역할을 다변화해 계열사에 대한 경영 컨설팅 기능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수펙스와 SK경영경제연구소는 업무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과 학업 수준이 높은 인력이 모인 곳”이라며 “고급 인재를 각 계열사에 재배치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그룹 임원 중 약 20%를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고, 이달 1일에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의 합병 법인을 출범시켰다. 실적이 부진한 SK에코플랜트 등 일부 계열사는 대표이사가 교체되거나, 주요 임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방향 설정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방만한 계열사와 조직을 줄이고, 새로운 투자처에 집중하기 위해 계속해서 강도 높은 조직 효율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