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방위산업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사력 재건을 위해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밝혔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방위비 분담금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의 수출길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방산 엔진 시장의 강자로 불리는 STX엔진(077970)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STX엔진은 ‘K방산’ 부품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으로, 국산 무기 중 최대 수출품인 K9 자주포에 국산 엔진을 공급한다. STX엔진은 2021년 정부 지원을 받아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 개발에 착수해 최근 개발을 완료하는 등 최근 3년간 부품 500여개를 국산화했다.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출에 힘을 싣고 있다.
STX엔진 엔진기술연구소, 고속엔진설계팀 등을 거쳐 지난해 대표직에 취임한 이상수 STX엔진 대표에게 사업 계획과 산업 전망을 물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K9 자주포 디젤엔진을 국산화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나.
“K9 자주포 디젤엔진은 1999년 신형 자주포 전력화 계획에 따라 STX엔진이 독일의 MTU 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MTU 사의 디젤엔진 제품을 국내 생산해 약 1300여대를 공급했고 인도, 노르웨이, 폴란드 등 유럽, 아시아 국가에 700여대를 수출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가 변화하면서 (MTU 사가 있는) 독일 정부가 이집트,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 대한 K9 자주포 수출 승인을 제한해 K9 자주포 추가 수주 활동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STX엔진은 K9자주포 디젤엔진을 국산화 개발하는 데 성공해, 수출 제한을 해소하고 추가 수출 시장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엔 독자적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주요 해외 고객들과의 출장 협의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을 결합한 파워팩(엔진+변속기)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을 인지했고 현재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방산 해외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개척을 위해 전 세계 구형 전차, 장갑차 등의 파워팩 교체 수요와 시장 환경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입증된 K9 자주포 품질력을 기반으로 수출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어떤 판매 전략을 계획하고 있나.
“방위산업용 디젤엔진 국산화 개발은 우리 군의 전력 유지와 국내 기반 기술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방산 수출 기여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 K9 자주포 등 기동 화력 무기체계를 성공적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운용 조건과 기술 사양을 충족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엔진을 개발·생산 경험과 역량, 그리고 과감한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 STX엔진은 현재 진행 중인 궤도차량 범용 디젤엔진과 1360마력 디젤엔진 등 R&D 과제를 적기에 완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1000마력급 디젤엔진의 주요 핵심부품의 국산화로 방산 수출 장애가 없어짐에 따라 그동안 수출이 제한되었던 중동 국가, 튀르키예, 이집트 수출 시장에 집중화해 독자적 영업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STX엔진은 나아가서 단순 엔진 공급이 아닌 기술 지원 패키지를 함께 공급하는 수출 맞춤형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전투 장비 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엔 어떤 분야 기술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나.
“우리나라는 삼면(三面)이 바다인 복잡한 지형이다. 이런 환경적 특징에 적의 침투, 밀입국 등 다양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안 감시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술 수요가 높다. STX의 ‘해안감시레이더-II’는 복무 기간 단축 병력 감축 등 군 환경 변화와 날로 고도화되는 해안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개발됐었으며, 시험평가에서 성능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현재 해안에서 운용 중인 각종 감시 장비의 통합 및 연동을 통해 원격·무인 해안 감시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했으며, 향후 인공지능(AI) 및 미래 기술 적용 확장을 통해 해안 감시 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검증된 성능을 바탕으로 경찰 관할 도서 지역 장비 교체, (풍력 등) 해안 구조물 건립으로 인한 감시 사각 지역 해소 등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다”
―STX엔진은 향후 어떤 분야에 R&D 투자를 집중할 계획인가.
“2023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독자 기술 확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첫 번째 임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 사업으로 안정적인 사업으로 간주되었던 방산 사업도 원천기술과 가격 경쟁력 없이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환경으로 급변했다.
2021년부터 착수한 K9 자주포 1000마력급 디젤엔진 국산화 개발은 내구성 시험과 기동 시험 등을 마무리하고 2025년 이집트 수출 사업에 적용할 것이다. 또한 궤도차량용 범용 전자식 디젤엔진과 전술다련장체계(천무) 디젤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1980년대부터 운용 중인 K1전차(K1A2 포함) 파워팩 성능 개량을 위해 1360마력급 전자식 커먼레일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기동성, 생존 작전성 향상을 위한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부품 국산화 노력은 군이 운용 중인 기동, 화력 무기체계 장비의 동력원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엔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방산 수출 장애 요인을 제거하여 K방산 수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에 따른 산업 전망을 하자면.
“대(對) 한반도 정책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방위산업 재건을 위한 자국 우선주의 강조로 일부 방산 수출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글로벌 자주국방 추세에 따라 방산 수출의 긍정적 요인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방위산업 MRO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혀, 향후 조선 분야 MRO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STX엔진은 (MTU 사의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엔진을 생산하던) 엔진 라이선스 파트너에서 독자적인 엔진 개발업체로 탈바꿈하고 있어,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방산 수출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방산 해외 MRO 시장 진출 및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