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와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이사회 의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사내 경영진이 아니라 사외이사에 이사회 의장직을 맡기겠다는 생각인데, 애플, 월트디즈니 등 일부 해외 기업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두고 있다.
고려아연은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정관을 바꿀 예정이다. 현재 정관은 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최윤범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000670), MBK파트너스도 해당 안건에 동의해야 정관을 바꿀 수 있다.
고려아연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이사회 개최 결정 ▲회의 주재 ▲이사회에 부의할 사항을 결정한다. 이사회를 언제 열지, 어떤 안건을 논의할 지 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박기덕·정태웅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난 바 있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 회장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나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요 ESG 평가 기관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를 살펴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G 평가 기관들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도록 권고하거나, ‘대표 사외이사’를 선임해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를 주문한다”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의사결정 구조 개선, 효율적인 업무 분담, 이해 상충 방지 등을 도모하고 경영감독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