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의 환경 오염에 근로자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영풍(000670)의 석포제련소가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010130)을 지키기 위한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이유도 석포제련소의 위기와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은 지난 1일 경북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에 1개월 30일간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환경부가 2019년 제련소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정수 처리 중이던 물이 일부 흘러 넘쳤다. 환경부는 이를 폐수 유출로 보고 경북도에 조업정지 4개월을 의뢰했고 경북도는 2개월로 줄여 처분했다. 영풍은 흘러 넘친 물을 모두 회수해 공장 외부로 유출이 없는 상황에서 2개월 처분은 과중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모두 패배했다. 영업정지 처분이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1970년에 설립된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지방환경청·경상북도·봉화군이 55회에 걸쳐 대기·수질·토양·지하수를 점검한 결과 3년간 대기 측정 기록부 1868건을 조작하고 무허가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는 등 총 76건의 환경법령 위반 사안이 적발됐다. 이 중 25건은 고발로 처리됐다. 봉화군은 제련소 안팎에서 아연·납·카드뮴 찌꺼기 등에 따른 토양오염을 확인하고, 2015년부터 토양정화 명령을 9번 내리기도 했다.
환경부는 2021년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오염수가 불법 배출됐다며 영풍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환경부는 2018년 12월 석포제련소 1·2공장 인근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하천수질기준(0.05mg/L)을 최대 4578배 초과하는 카드뮴(22.888mg/L)이 검출돼 석포제련소에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 영풍 주주는 영풍 전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지난 11일 제기했다.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니 경영진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제련소에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됐다는 사실이 온전히 입증되지 않아 과징금 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인명사고도 발생해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달 24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과 주민들에게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석포제련소 조업이 중단되면 영풍은 타격이 예상된다. 영풍은 지난해 1700억원에 가까운 영업 적자를 냈다. 별도 기준으로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금으로 이익을 보전했는데, 최근 5년간 영풍 몫으로 돌아간 고려아연 배당금은 3576억원이다.
영풍 측은 환경 개선 투자 비용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해당 투자가 끝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2019년 환경투자 계획을 세운 후 올해 상반기까지 43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내년에 개선 비용으로 1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면 큰 투자는 없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