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010130)의 유상증자에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전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던 두산(000150)그룹도 금감원이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증권신고서를 계속 반려하자 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유통물량을 자사주로 공개매수 하는 동안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음에도 이를 투자자에게 고의로 알리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고려아연이 증자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매수신고서에 ‘중대한 재무 변동이 없다’고 고의로 알렸다면 중요 사항이 누락된 허위 신고이자 부정 거래”라며 “부정 거래가 성립하면 증권사도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10월 4일~23일)에 유상증자 실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지난달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제출한 정정 공개매수신고서에는 ‘재무구조, 사업 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없다’고 적었다.
금감원 검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발견되면 유상증자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형식 미비 ▲중요 사항의 거짓 기재 ▲중요 사항의 누락·표시 불분명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증권 신고서를 계속 반려하는 식으로 기업의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454910)와 두산밥캣(241560) 합병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산시켰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영업적자를 내는 두산로보틱스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주주 불만이 일자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수정을 요구하며 계속 퇴짜를 놓았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고서 정정을 무제한 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보내되 두 회사를 합병하는 계획은 철회했다. 두산그룹은 올해 7월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3개월 넘게 정정 작업만 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30일 6번째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