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폴란드에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 진출한 현대로템(064350)이 올해와 내년 두 건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군 현대화를 추진하는 루마니아와는 전차 수출 계약이 진행 중이고, 연내 체결 가능성이 높은 폴란드와의 추가 계약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방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내년 중 루마니아 정부와 K2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루마니아는 지난 1958년 개발돼 구소련 시대에 사용됐던 T-55 전차 160여대를 지금도 보유 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국가 중 지금까지 이 탱크를 운용하는 국가는 루마니아가 유일하다.

지난 5월 루마니아 스마르단 사격장에서 진행된 현대로템 K2 전차의 기동 및 사격 시연 영상. / 국방홍보원 유튜브 캡처

현대로템은 현지 군사 전문지 디펜스루마니아(DEFENSE ROMANIA)와의 인터뷰에서 “K2 전차의 현지 실사격 시험이 큰 성공을 거뒀으며, 루마니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중 계약이 최종 확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군 현대화를 위해 300대의 전차를 신규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에이브람스(Abrams) 전차 54대를 도입했다. 나머지 물량을 두고 K2와 독일 레오파드2 기종이 경쟁 중인데, K2가 가격과 납기 속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지난 5월 루마니아 군 관계자, 한국 방사청 관계자 등 250여명을 초대해 현지 스마르단 사격장에서 시범 사격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K2 전차는 우수한 고정·기동 간 사격 능력을 선보였다.

폴란드와의 2차 수출 계약은 마무리 단계다. 폴란드는 2022년 8월 K2 전차 180대를 수입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현대로템과 체결한 뒤 후속 계약 규모와 성능 개량, 현지 생산 등을 두고 긴 논의를 이어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전투 양상에 따라 새로운 기술적 요구사항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란드 20기계화여단이 운용 중인 K2 흑표(Black Panther) 전차. / 폴란드 군수청 제공

현대로템과 폴란드 육군은 올해 7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와 현지 생산 및 납품을 위한 컨소시엄 합의서를 체결했다. 2차 계약이 체결되면 폴란드 군의 의견을 반영해 성능이 개량된 모델인 K2PL(K2 Poland)이 납품된다. K2PL은 적군의 대전차 무기를 탐지·파괴하는 하드킬 능동방호장치(APS)와 상부에 장착된 포탑을 무인화할 수 있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이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2차 계약 대수는 180대로 동일하나, 차량 성능 등이 개선되면서 수주 규모가 6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유동 KB증권 연구원은 “차체에 능동방호장치(APS)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군의 K2 전차 4차 양산 사업 규모가 약 30% 증액된 것을 감안하면, 폴란드 2차 계약분 역시 K2 180대(약 5조8000억원)와 기타 장비(약 3900억원) 등을 포함해 6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