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주식을 비롯해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은 애초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분할해줄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관장 측은 만약 대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사실상 이혼 재산분할 판례가 변경돼 유책 배우자가 무책 배우자를 맨몸으로 쫓아낼 길이 열린다고 반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본인 명의 재산 3조9883억원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총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법 830조와 831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뿐 아니라 혼인 중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 되고, 부부는 이를 각자 관리·사용·수익한다고 규정한다.

최 회장 측은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고, 취득에 있어 배우자의 협력이나 내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쪽의 특유재산을 일단 부부공동재산으로 취급해 분할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무가 운영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할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혼 소송 항소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흘러 들어가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점 등에서 SK 주식 등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노 관장 측은 대법원 판례상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전제로 기여의 실질에 따라 재산을 분할해왔다는 점에서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통상 혼인 중에 벌어들인 재산을 대부분 남편 명의로 하는데,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부인이 입증하기 곤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990년 재산분할제도가 도입돼 대법원 판례에 확립됐다는 것이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은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와 법과 판례의 확립된 태도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견해와 논리 조작을 통해 자신만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 불가침의 재산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향후 일반 국민의 이혼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관장 측은 “지금도 사업을 운영하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유지·형성 경위를 불문하고 특유재산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며 “종국적으로 가정을 파괴한 유책 배우자가 무책 배우자를 맨몸으로 내쫓고 그 과정에서 자녀까지 고통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쟁점 판단에 대한 대법원의 첫 번째 관문은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가 될 전망이다. 상고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다음 달 초까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는다면, 특유재산과 관련한 법리도 세부적으로 심리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