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인수를 추진 중인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 제조 기업 다이나맥홀딩스가 한화 측 제안을 거절했다. 다이나맥을 인수해 해양플랜트 사업을 확장하려던 한화 측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11일 싱가포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이나맥은 조건부 현금 인수를 포함한 한화그룹의 제안에 거절 의사를 밝히고, 인수 가격으로 책정된 주당 0.6싱가포르달러(약 600원)는 너무 낮은 가격이라고 한화 측에 전했다.

다이나맥이 제작한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 다이나맥 제공

앞서 지난 3월 14일 한화오션(042660)은 979억원을 들여 다이나맥홀딩스 지분 23.1%를 확보했다. 다음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176억원에 지분 3.96%를 사들였다. 10월 현재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다이나맥 지분은 총 24.67%다. 단일 최대주주인 다이나맥 창업자 고(故) 림 즈 종(Desmond Lim Tze Jong·29.15%) 전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1일 싱가포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한화오션 SG홀딩스를 통해 다이나맥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에 나선다고 밝히며, 다이나맥에 주당 0.6SGD의 공개 매수가를 제안했다. 이는 지난 6월 30일 기준 다이나맥의 순자산가치(NAV)인 0.098SGD에 512.9%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매수에 약 6000억원(지분 100% 확보)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려면 다이나맥 주식을 50%보다 많이 확보해야 하고, 싱가포르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다이나맥 주가는 한화가 지분을 확보한 직후부터 올라 지난 8월 13일 52주 최고치인 주당 0.615SGD를 기록했다. 지난 10일에는 종가 기준 0.63SGD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싱가포르 증권가는 다이나맥의 주가가 1년 안에 주당 0.7SGD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FLNG. / 한화오션 제공

다이나맥 최대 주주인 림 즈 종 전 회장 유족 측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한화의 제안은 다이나맥의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이나맥을) 글로벌 업체로 성장시킨 창업자의 열망과도 맞지 않는다”라며 “높은 순현금 자산과 잠재적 배당금, 수년간 예상되는 높은 잠재 수익성,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에 대한 견고한 전망을 고려하면 다이나맥의 주당 가치는 0.6SGD보다 높다”고 했다.

다이나맥은 1990년 설립된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 전문 제조 회사로, 싱가포르 현지 2곳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의 설계·건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수주 잔고는 약 6억8100만SGD(약 7100억원)로, 해당 물량은 2026년까지 인도 예정이다.

다이나맥은 2019년 창업자 겸 회장이었던 임 체 종이 사망한 이후 싱가포르 조선사 카펠 출신의 림 아 청(Lim Ah Cheng)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림 CEO는 다이나맥 지분 1.479%를 갖고 있는 3대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