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지분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노리는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더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리면서 대다수 개인과 국내외 투자자들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고려아연은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는 이달 23일까지 진행된다.
국내 기관 투자자는 MBK나 고려아연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세금 차이가 없어 공개매수가가 높은 고려아연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개인 투자자는 MBK 측에 응하면 증권거래세 0.35%, 양도소득세 22~27.5%를 내야 하고, 고려아연에 응하면 차액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돼 최대 45%(과세표준 10억원 초과)의 세율을 적용 받지만, MBK보다 차액이 주당 6만원 많아지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세금을 더 내도 수익은 커질 수 있다.
그동안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해외 기관은 조세 협약에 따라 MBK 공개매수에 응해도 양도세를 안 내도 되지만,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면 10~22.5%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해외 기관 상당수가 법인을 둔 미국과 싱가포르는 양도세가 0%, 배당소득세는 15% 안팎이다.
MBK 측은 기관 투자자의 주당 평균 매입 단가를 45만원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MBK 측을 선택할 때 평가 차익은 주당 38만원(양도세 0%), 고려아연은 44만원이다. 배당소득세를 약 15%(6만6000원) 낸다고 가정하면 차액은 37만4000원으로 MBK와 비슷해진다.
외국인 투자자가 고려아연 지분을 완전히 팔 계획이라면 시기가 빠른 MBK에 응하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일부라도 지분을 보유할 계획이라면 고려아연에 응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 잔여 지분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유일한 변수는 MBK 측이 신청한 자사주 매입금지 가처분 신청이다. 법원은 21일쯤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자사주를 사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은 전체 주주를 위하는 것이어서 배임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고려아연은 오히려 MBK 측이 불안감을 조성해 공개매수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은 가처분 심문기일을 11일로 앞당기려고 했으나 상대측이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