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추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 운반선 20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을 추진 중인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총 50억달러(약 6조 6825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와 관련해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과 협의하고 있다.

24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카타르가 발주할 LNG 운반선은 17만4000큐빅미터(CBM·1CBM은 1㎥)와 27만1000CBM급이다. 이 중 27만1000CBM급은 지난 9일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6척을 수주한 카타르·차이나막스급(QC-MAX·카타르와 중국 항만에 기항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과 동일한 제원과 성능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 중인 카타르·차이나막스급 LNG 운반선 조감도. / 후동중화조선 제공

카타르에너지는 최근 2년간 LNG 선대(船隊·배의 무리)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300억달러에 달하는 122척의 LNG 운반선을 새로 건조하거나, 빌리는(용선) 계약을 맺었다.

카타르에너지는 2022년 1차로 60척을, 이후 2차로 올해까지 62척을 발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조선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프로젝트로, 카타르 측이 확보한 선박은 ‘노스 필드(North Field)’와 ‘골든 패스(Golden Pass)’ LNG 사업에 투입된다.

한국 대형 조선 3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카타르 측으로부터 LNG 운반선 44척을 수주했다. 모두 17만6000CBM급으로 HD한국조선해양 17척, 삼성중공업 15척, 한화오션 12척 등이다. 중국의 경우 후동중화조선이 10척 이상을 가져갔고, 최근 6척의 추가 수주에도 성공했다.

일본 선사 MOL(미츠이O.S.K.라인즈)이 발주해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17만4000CBM급 LNG 운반선 움 구와일라나. 카타르에너지는 MOL과 해당 선박에 대한 용선 계약을 맺었다. 움 구와일라나는 이달부터 운항을 시작한다./카타르에너지 제공

카타르에너지는 연간 7700만톤(t)의 LNG를 생산하는 노스 필드 가스전을 확장하는 ‘노스 필드 웨스트(North Field West)’ 사업을 올해 초 공개하고, 연간 1600만t의 LNG가 추가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운반선도 기존에 계획했던 총 62척(2차 물량)보다 더 확보하기로 했다.

추가 물량은 애초 한국 조선 3사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카타르에너지는 일부 물량을 중국에 맡겼다. 후동중화조선이 최근 수주한 27만1000CBM급 LNG 운반선이 여기에 포함된다. 3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LNG 운반선을 만들 수 있는 조선소는 중국선박그룹(CSSC) 자회사 후동중화조선이 전부였으나 대련조선(DSIC), 자오샹쥐그룹(CMG) 산하 CMHI장쑤 등도 대형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갖추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HD현대 제공

향후 LNG 해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중국이 건조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앞세워 한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카타르 외에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LNG 프로젝트를 고려하면 당분간 선박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틴 손드레 카트라이트 노르웨이 선급(DNV) 가스운반선·FSRU(해상에서 LNG를 적재하고 재기화할 수 있는 선박형 플랜트) 글로벌 사업 대표는 “향후 5~10년간 매년 40~60척의 LNG 운반선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에 추가될 것”이라며 “추가 LNG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동시에 현재 운용 중인 낡은 선박의 교체 수요까지 발생하면 2028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LNG 선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