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079550)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이 성사된 가운데, LIG넥스원의 수주잔고 규모가 창사 이래 처음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중동 지역에서 천궁-Ⅱ의 성공적인 수출 사례에 힘입어 향후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의 수출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LIG넥스원은 이라크 국방부에 천궁-Ⅱ를 공급하는 3조713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앞서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천궁-Ⅱ를 수출하는 4조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지난 2022년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천궁-Ⅱ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수출로 천궁-Ⅱ가 중동 지역의 3개 국가를 지키게 된 것이다.
이라크의 천궁-Ⅱ 도입은 무력 충돌 상황에 놓인 이라크 입장에서 지정학적, 외교적 위치를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동 지역 안보 전문 매체 디펜스아라빅은 “이라크는 S-300·S-400 등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 구매에 큰 관심을 표명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으로 예비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러시아산 대공방어 시스템이나 무기를 구매할 경우 미국의 CAATSA(적대국 대응법)에 따라 경제제재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AATSA는 이란, 북한, 러시아의 안보 관련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제재를 부과하는 연방법으로 2017년 7월 미 의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8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러시아 방산 업체와 거래하는 국가 또는 개인은 미국에 의해 각종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는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유도무기 체계다. 유도탄의 최대 사거리는 40㎞이며, 요격 고도는 15~20㎞다. 1개 포대는 사격통제소와 다기능레이더, 발사대 차량 3대 등으로 구성되며, 발사대 1기당 최대 8발의 요격 미사일이 장착돼 연속 발사할 수 있다. 천궁의 중동 수출형은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탐지·추적 성능을 향상하고, 사막의 고온과 모래 먼지 등을 견딜 수 있게 개량됐다.
LIG넥스원은 이번 천궁-Ⅱ 이라크 수출을 계기로 수주잔고 규모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회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19조53억원 수준인데, 3분기 이라크 수주가 더해지면서 22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올해 4분기 중에도 3조원 규모의 국내 사업 수주가 예정돼 있어, 연말 수주잔고는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약 2조3000억원)을 고려하면 약 10년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는 중동 3개국의 천궁-Ⅱ 방공망 배치를 계기로 L-SAM·L-SAM-Ⅱ(장거리·고고도 요격 체계) 추가 수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본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천궁-Ⅱ를 구매한 중동 3개국은 중장기적으로 L-SAM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사드’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L-SAM은 고도 50~60㎞에서도 선제적 격추가 가능한 미사일 체계로, 지난 5월 개발이 완료됐다. 올해 개발에 착수한 L-SAM-Ⅱ는 60~100㎞ 상공에서도 격추가 가능하도록 성능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최첨단 유도무기는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무기체계의 성능은 물론 수출 대상국과 폭넓은 신뢰 관계가 확보돼야 한다. 이번 수출로 확보한 협력 기반이 향후 추가 수출에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