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온 힘을 다해 MBK(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응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19일 모든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최 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인 메시지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MBK파트너스는 영풍(000670)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나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측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한편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해 과반의 지분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 금요일(13일)부터 사모펀드 MBK와 영풍이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의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회장으로서 임직원들에게 정확히 설명드리고, 계획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 서한을 보낸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 회장은 MBK와 영풍을 비판했다. 그는 “저와 고려아연 경영진들은 저들(MBK)이 고려아연을 인수해 아무 문제없이 운영하고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기업을 거친 초특급 엘리트로 구성된 집단이겠지만, 우리 회사가 멋진 이력서 문구와 숫자 놀음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전기와 연료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고려아연은 세계 곳곳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매일매일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끊임없이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임직원들의 열정과 혼신의 힘으로 돌아가는 회사라는 것을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저들은 아주 오랫동안 공개매수를 비밀리에 준비한 뒤 아주 교묘한 트릭 등으로 무장하고 추석 연휴 바로 전 금요일에 이 일을 감행했다. 아마도 우리가 대응하지 못하도록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 믿고 웃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그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실수였다. 추석 연휴가 시작한 금요일 밤부터 대한민국은 멈춰버렸지만 우리의 공장은, 저를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 전원은, 쉬지않고 일했다. 오히려 온전히 집중해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적었다.

최 회장은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MBK라는 거대 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며, 온갖 비방과 의혹으로 고려아연과 저를 공격할 것이며 막대한 돈의 힘으로 우리를 굴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서로를 의지하고 각자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라며 “무엇보다도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고 덧붙였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