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서 아무도 모르게 적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적 함정을 공격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물속에선 위성항법시스템(GPS)의 전파를 받을 수 없고, 무선 조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사 강국들은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해 작전을 수행하는 무인잠수정(UUV·Unmanned Underwater Vehicle)을 개발하고 있다.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Extra Large Uncrewed Undersea Vehicle)은 기뢰나 폭탄을 탑재하고, 적진에 은밀히 침투해 정보를 모으고 공격한다. 승조원이 없어 인력 확보와 인명 피해 문제도 없다. 사람이 타지 않아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선 자폭 기능도 수행한다.
미 해군은 2012년부터 XLUUV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보잉과 함께 만든 XLUUV 오르카(Orca·범고래)가 지난해 12월 처음 인도됐고, 앞으로 5척을 더 인도받을 예정이다.
오르카는 지금까지 등장한 UUV 중 가장 크다. 길이 26m, 무게 80톤(t)에 달한다. 항법·주변상황인지·추진·기동 등 해저에서 움직이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스스로 수행한다. 디젤·리튬이온배터리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장착해 최고속도 8노트(시속 15㎞)를 낸다. 3개월 이상 단독 작전 수행이 가능하며, 최대 1만5000㎞를 잠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호주도 XLUUV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영국은 세투스(Cetus)라는 XLUUV를 개발하고 있다. 길이 12m, 무게 17t, 작전심도 400m 이상, 항속거리 1600㎞를 목표로 하고 장시간 자율작전이 가능하다.
호주는 미 방산업체 앤듀릴과 XLUUV 고스트 샤크(Ghost Shark·유령상어)를 개발했다. 당초 내년에 실전 배치가 예정돼 있었으나 개발 진척이 빨라 올해 안에 작전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스트 샤크의 특성 및 제원, 임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 모두를 얹을 수 있는 핵 추진 UUV 포세이돈의 개발을 2017년부터 시작해 2019년에 실전배치했다. 핵 잠수함 벨고로드 등에 탑재돼 수중 발사가 가능한 어뢰인 동시에 자율항행하는 수중드론이다. 최대 사정거리는 1만㎞, 해저 1000m에서 최대 100노트(시속 185㎞)로 이동한다.
중국은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XLUUV HSU-001의 모습을 공개했다. 미 해군의 오르카에 비해 작은 길이 5m, 무게 3t의 크기를 갖고 있다. 무장 탑재량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272210)이 XLUUV를 개발하고 있다. 오르카와 맞먹는 크기다. 2027년 8월까지 시제품을 제작해 기술 기반을 검증하고, 이어 다목적모듈형 무인잠수정(MRXUUV·Mission Reconfigurable eXtra-large Unmanned Underwater Vehicle)로 발전해 2030년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