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영풍(000670)의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참전으로 재점화하면서 회사가 추진하던 신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으나 경영권이 넘어가면 회사의 중장기 미래 전략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측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나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측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한편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의 지분 확보를 추진한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서 그가 이끄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3대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이를 토대로 10년 뒤 매출을 지난해(약 10조원)의 2배가 넘는 25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이후 호주 신재생에너지 업체 이퓨론, 미국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국내 제강분진 재활용업체 스틸싸이클에스씨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신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최윤범 회장은 해외에서 신사업으로 회사 존재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제에너지기구(IEA) ‘핵심 광물 및 청정에너지 서밋’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돼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해 강연했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도 처음 참석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슷한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말 고려아연은 향후 10년간 신사업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분야별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에 8조3000억원, 이차전지 소재 2조1000억원, 자원순환 1조5000억원 등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제련업에도 약 5조원을 투자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신사업을 비롯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기존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이익을 증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