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윤활유 전문기업인 SK엔무브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화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액침 냉각 방식을 활용해 ESS 배터리셀에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도 화재가 주변 셀로 전이되지 않도록 했다.
액침 냉각은 냉각유에 직접 제품을 침전시켜 식히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이를 ESS,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하면 기존 공랭식(공기로 냉방)이나 수랭식(냉각수로 냉방)보다 전력 효율은 높이면서 화재 위험과 장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장비를 배치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아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가 개발한 ESS는 해양수산부 산하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기추진선박에 공급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은 "화재가 발생하기 위해선 발화점, 연료, 산소라는 3요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배터리를 액침 냉각하면 배터리셀에 불이 붙어도 산소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화재가 옆 셀로 전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확보한 액침 냉각 ESS 기술을 바탕으로 한화오션(042660)과 해양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용 ESS 시장은 2021년 약 21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약 76억달러(약 10조원)로 연평균 15.5%의 성장이 예상된다.
액침 냉각은 데이터센터 산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열을 내뿜는데, 이를 제때 식히지 못하면 하드웨어 손상이나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7~8월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종목이 치러진 아쿠아틱 센터는 수온을 국제 기준(25~28℃)에 맞추기 위해 인근에 있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임대 업체 에퀴닉스(Equinix)사의 데이터센터 단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기도 했다.
미국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는 액침 냉각 방식을 사용해 데이터서버 발열을 관리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오는 4분기에 출시할 차세대 AI(인공지능) 반도체부터 액침 냉각 방식을 본격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017670)이 SK엔무브와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인천사옥에 액침 냉각 시스템을 구축해 약 5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기존 공랭식 대비 37%의 전력 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들은 액침 냉각 기술을 전기차 배터리까지 확장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며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커졌으나 액침 냉각 기술을 활용하면 화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서상혁 SK엔무브 e-Fluids B2B 사업실장은 "전기차 충전기에 액침 냉각을 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향후 지상용 ESS, 전기차 배터리 액침 냉각도 차례로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