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에 탈탄소 움직임이 불면서 당장 내년부터 해운사의 재정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해운사는 선박 운항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만큼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선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조선·해운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해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에 매진하고 있다.
노르웨이선급(DNV)이 최근 발간한 ‘2050년 해운업계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유럽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를 시행하면서 해운사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U-ETS는 EU 또는 EUA(EU-ETS에 참여하는 국가) 항만에 기항하는 5000GT(총톤수) 이상 화물선과 여객선에 적용하는 것으로, 운영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도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EU는 해상연료법(FuelEU Maritime)도 시행한다. 해당 법안은 온실가스를 2020년 평균치 대비 2025년 2%, 2030년 6%, 2035년 14.5%, 2040년 31%, 2045년 62%, 2050년 80% 등 순차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DNV는 탄소 배출 관련 규제로 벌크선은 69~75%, 유조선은 70~86%, 컨테이선은 91~112%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DNV는 “탈탄소로 인한 비용 증가는 해운 가치가슬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미 최종 소비자에 비용이 전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탄소 저감 해결책은 암모니아, 메탄올 등 탄소중립 연료 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DNV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2008년 대비 20% 저감)를 달성하려면 탄소중립 연료가 최대 48Mtoe(석유환산메가톤) 필요한데, 2030년 전 세계 총 생산량은 44~63Mtoe이다. 해운사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져가지 못할 양이라는 게 DNV 설명이다.
가장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탄소 감축 방안으로는 해상 탄소포집·저장기술(OCCS·Onboard Carbon Capture Storage)이 꼽힌다.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 즉시 붙잡아 액화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줄일 수 있다. 탄소중립 연료로 전환하기 전에 거쳐야 할 징검다리 기술로 여겨진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달부터 HMM(011200), 한국선급(KR), 조선기자재업체 파나시아 등과 협력해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OCCS를 실증 연구 중에 있다. 한국형 OCCS는 시간당 1톤(t), 하루 24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데, 세계 최대 규모다. 실증 시험은 HMM의 2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크기) 컨테이너선 몽글라호에서 이뤄진다.
한화오션(042660)은 2022년 그리스 해운사 가스로그와 협력해 OCCS를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KR로부터 OCCS에 대한 개념 승인(AiP)를 획득했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와 OCCS 기술 고도화에 대한 심화 연구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 HD유럽연구센터에 작년부터 향후 5년간 1200만달러(약 161억원)를 투자한다. 에든버러대가 개발한 OCCS는 올해 HD한국조선해양 선박에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