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많이 쓰는 인공지능(AI) 산업이 발전하고 세계 각국에서 전력 인프라(기반시설) 확충에 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변압기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는 전력 초호황기(슈퍼사이클)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변압기 누적 수출액은 10억3200만달러(약 1조3786억원)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87%에 달한다. 매월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하면서 올해 실적은 2010년 수출액(11억8600만달러)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LS일렉트릭 초고압변압기. / LS일렉트릭 제공

한국 변압기는 주거용 저전압(LV ·240~1000V)부터 산업 네트워크에 쓰이는 중간 전압(MV·1~72.5㎸), 장거리·대륙간 전송용 초고압(EHV·550~1200㎸ / UHV·1200㎸) 등이 모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전력기기 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필요가 높아진 유럽 시장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전력기기는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는 기간(리드타임)이 1년 남짓인데, 현재 초고압변압기의 리드타임은 약 2년으로 늘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3대 전력기기 기업인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효성중공업(298040),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몇년치 일감을 확보했고 이에 대응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초고압변압기. /효성중공업 제공

LS일렉트릭은 4년 전 목표했던 ‘해외 매출 비중 50%’를 올해 2분기(50.3%)에 달성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북미 현지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가 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증가했고, 북미 전력 인프라 확대의 영향도 받았다. LS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올해 2분기 기준 2조7600억원으로, 5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목표는 70%로 잡았다.

효성중공업의 2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약 6조6000억원이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송전청으로부터 3300억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사업을 수주했고 모잠비크 국영 전력회사 EDM과 428억원의 전력망 강화사업을 체결했다. 효성중공업은 약 1000억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와 경남 창원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증설한다.

HD현대일렉트릭의 초고압변압기. / HD현대일렉트릭 제공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30일 스웨덴 전력회사와 약 662억원의 415㎸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총 5대를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앞서 영국 전력회사 내셔널그리드와 821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약 7조1000억원으로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미국 앨라배마 북미 생산법인에 변압기 전문 보관장(1만2690㎡)을 준공하고, 울산 공장도 증축 중이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달러(약 313조원)에서 2030년 5320억달러, 2050년 636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고 있어 한국 변압기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