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 당국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수원은 원전 기술 등에 적법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한수원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의 원전 수주도 잘못됐다는 논리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 시각)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 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7일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테멜린 원전.(한국수력원자력 제공)/뉴스1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웨스팅하우스만 자사 기술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구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부터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하며 각종 원전 기술을 국내에 전수한 기업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17일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기술을 침해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 등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웨스팅하우스 측은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으려면, 이전에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려면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

웨스팅하우스는 CEZ가 한국 원전을 도입하는 것은 체코와 미국의 일자리 수만개를 한국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민주당, 공화당 모두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 문제에 예민한 상황이다. 일자리에 민감한 정치권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웨스팅하우스의 본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지만 회사는 2017년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매각돼 현재 캐나다의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각각 51%,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