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해양 업계가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연평균 13% 성장해 2040년 1조달러(약 133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최근 노르웨이 국영 종합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와 동해 반딧불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입할 설비의 독점 공급 합의서(PSA)를 체결했다. 에퀴노르는 울산에서 60~70㎞ 떨어진 해상에 최대 750㎿(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먼바다에 부력을 가진 부유체를 띄우고, 그 위에 발전기를 설치해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 등에 비해 좁은 면적에서 발전이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에 필요한 면적은 GWh(기가와트시)당 태양광의 5분의 1수준이다. 연안에 설치하는 고정식 해상풍력과 달리 빠르고 강한 바람을 활용해 전기 생산효율이 높다.
산업부는 울산 앞바다에 총 5개, 최대 3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덴마크 재생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 영국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 프랑스 토탈에너지,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이 참여한다. 반딧불이 해상풍력은 이 사업 계획 중 하나다. 통상 부유식 해상풍력 설비는 GW당 약 7조원의 건설비가 드는데, 반딧불이 사업에만 5조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에퀴노르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15㎿급 해상풍력 발전 설비 50기의 하부 부유체를 제작해 이를 타워, 발전기와 결합하는 마샬링 작업을 맡게 된다.
한화오션(042660)은 2021년 덴마크 해상풍력 기업 카델러에서 수주한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을 지난 6월 진수했다. 이 WTIV는 길이 148m, 너비 56m 크기로 15㎿급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5기를 한 번에 실을 수 있고, 수심 65m까지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앞서 2척의 WTIV를 인도했고, 2척의 WTIV를 건조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 등을 위해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야드(선박 건조 작업장) 부지 일부와 설비를 임차했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이곳에 향후 10년간 5억5000만달러(약 7342억원)를 투자한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329180)은 스코틀랜드 경제개발기구와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수빅 등 해외 제작 기지를 통해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견 조선사도 해상풍력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HSG성동조선은 지난 5월 첫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완성했다. 지난해 5월 덴마크 오스테드와 체결한 920㎿ 규모 대만 창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설치될 해상풍력 하부구조 공급계약에 따른 것이다.
SK오션플랜트(100090)는 ㈜안마해상풍력과 하부 구조물 제작 및 공급 우선협상자 선정 계약을 연장하기로 지난달 말 합의했다. 안마해상풍력은 전남 영광군 연안에서 약 40㎞ 떨어진 안마도 인근 해상에 532㎿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을 맡은 회사다. SK오션플랜트는 이번 사업에 14㎿급 발전기와 블레이드(날개), 타워를 지탱하는 하부 구조물(재킷) 38기를 제작해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