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일감을 쌓아 놓은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의 올해 상반기 독(dock·육지에서 선박을 만드는 장소) 가동률이 일제히 높아졌다. 하반기에도 높은 가동률이 유지될 전망이지만, 노동조합의 파업 등이 변수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 HD현대중공업(329180)은 올해 상반기 1358만6000M/H(맨아워·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를 가동 가능 시간으로 잡았는데, 1275만3000M/H를 가동해 평균 93.3%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상반기보다 가동률이 79% 늘어난 것이다.
HD현대삼호는 가동 가능 시간(700만M/H)을 초과한 827만4000M/H를 가동해 평균 가동률이 118.2%였고 HD현대미포(010620) 역시 가동 가능 시간(485만M/H)을 넘어선 491만9000M/H로 가동률이 101.4%였다. 가동률이 100%를 넘은 것은 일이 많아 야근과 특근을 했다는 의미다.
HD현대중공업의 생산 능력(독의 최대 건조 가능 용량)은 상반기 500만GT(총톤수·100ft³를 1GT로 하는 용적톤)였고, HD현대삼호는 190만GT, HD현대미포는 123만4000GT로 지난해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실제 생산 능력이 확대됐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가동 가능 시간을 1632만9447M/H로 잡았는데, 실제 가동은 1644만4259M/H로 가동률이 100.7%였다. 이는 작년보다 96.8%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생산 능력은 상선 13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해양 및 특수선 3391M/H로 전년 대비 각각 46.3%, 42.2% 확대됐다.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가동 가능시간은 1239만8000M/H였고, 실제 가동시간은 1382만6000M/H였다. 올 상반기 삼성중공업의 조선 부문 생산 능력은 225만9000CGRT(배수량톤수·선박에 짐을 가득 실었을 때 선박이 밀어내는 물의 양)였는데, 작년 166만2000CGRT보다 35.9% 증가했다.
각 사의 생산 능력 단위는 회사 자체 기준에 따른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사용하는 GT는 선박 구분없이 선박의 총 물량을 뜻한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준용하는 CGT·CGRT는 선종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단위로, 일반 선박과 고부가가치 선박의 차이를 두기 위한 단위다.
국내 조선사의 가동률이 늘어난 것은 최근 일감이 몰린 덕분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62억7000만달러(약 21조6700억원)를 수주했다. 이는 연간 목표의 120.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에 53억3000만달러(약 7조1000억원)를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35억2000만달러(약 4조6900억원)를 수주했는데, 올 상반기에 이미 작년 수주액을 넘어선 것이다. 한화오션은 앞으로 연간 수주액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49억달러(약 6조5268억원)를 수주해 올해 목표인 97억달러(약 12조9200억원)의 51%를 채웠다.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으나 노조 리스크(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각 조선사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교섭 중인데, 각 사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해 교섭이 잘 풀리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한화오션 노조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삼성중공업 노조(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등이 속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오는 28일 최대 4시간의 부분파업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