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임직원들이 우리사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으로 배정된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했으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일부 대출을 지원하지만, 대출금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034730)그룹 임직원들은 지난해 유증 청약 때 받은 주식 처분이 고민이다. 다음달 중순 의무보유기간이 끝나면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지만 최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0만원대로 유증 당시 신주 발행가(13만9600원)를 밑돌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기업은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할 때 직원들에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신주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를 대상으로 신주 818만주(약 1조3000억원)를 공모했고, 청약률은 87.7%를 기록했다.

우리사주 청약률은 63.8%로 총 배정 물량 163만800주 가운데 104만5368주가 청약됐다. 유증에 참여할 수 있는 임직원은 SK온 등 계열사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 소속 1500여 명으로 제한됐다. 유증 결과를 직원 수로 환산하면 전체 직원의 90%가 참여한 것으로, 인당 평균 청약 규모는 억 단위로 알려졌다. 청약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책임자 직급에서는 사실상 불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초 유증에 나선 롯데케미칼(011170)도 상황이 비슷하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1월 실시한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 대상 유증에서 우리사주 청약률은 60%를 기록했다. 신주 발행가는 14만3000원으로 당시 시세(17~18만원)보다 낮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현재 8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상당수 롯데케미칼 임직원은 회사 지원을 받아 대출금으로 청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우리사주 의무보유기간이 끝났을 때도 주가는 11만~12만원대였다. 대출 이자 등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한화오션(042660)은 반대로 유증 이후 주가가 치솟으면서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임직원이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유증에 나선 한화오션 신주 발행가는 1만6730원으로 현재 주가는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