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JFK)국제공항 제1신터미널에 초대형 프리미엄 라운지를 세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을 대상으로 물량 공세에 나섰다고 본다. 두 회사 합병은 미국 법무부(DOJ)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6년 개설 예정인 JFK공항 제1신터미널에 퍼스트·프레스티지 클래스 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라운지를 만들 예정이다. 규모는 약 1486㎡(449평)로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라운지 다음으로 크다. JFK공항 제1신터미널에서는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인천국제공항 KAL 프레시트지 클래스 라운지.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라운지 공간 임차를 위해 JFK공항 재개발 컨소시엄인 뉴 터미널 원(New Terminal One·NTO)과 협상했다. NTO는 지난 5월 말 라운지 두 곳을 운영할 항공사를 구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운영자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당시 NTO는 9100제곱피트 라운지(845㎡·255평)와 4000제곱피트(371㎡·112평) 라운지 두 곳을 운영할 파트너사를 모집했다. 대한항공이 임차한 공간은 이보다 약 두 배 크다. JFK 국제공항은 이용객 증가와 시설 노후화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터미널 건설에 따른 라운지 이전 및 신축공사”라며 “NTO가 공개 입찰에 나섰던 것과는 별개의 계약”이라고 밝혔다. NTO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라운지 계약으로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에서 조원태(오른쪽) 한진그룹 회장과 스테파니 포프(Stephanie Pope)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이 항공기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보잉 항공기 50대를 계약했다. B777-9 20대, B787-10 30대(예비 발주 10대 포함)를 들여오기로 했는데, 규모는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미국 투자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경쟁당국 14개국 중 미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DOJ는 다른 국가와 달리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제기한다. DOJ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승인된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욕 공항 라운지 투자에 대해 “고객 편의 및 만족도 향상을 위해 신규 라운지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