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가 총 50억달러(약 6조8800억원), 최대 20척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발주할 예정이다. 비교적 납기가 빠른 한국 조선사들은 이 중 10대 이상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한다.
9일 조선·해운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가 원하는 LNG 운반선은 27만1000큐빅미터(CBM·1CBM은 1㎥)인 카타르·차이나막스(Qatar China-MAX·카타르와 중국 항만에 기항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급으로, 현존 최대 크기다. 길이 344m, 너비 53.6m, 높이 27.2m, 흘수(선박이 떠 있을 때 수면에서 선체 최하부까지의 수직 거리) 12m다.
카타르에너지는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지난 4월 60억달러 규모, 18대의 카타르·차이나막스급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추가로 최대 20척을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4척은 중국 조선사 중 한 곳이, 또 4척은 카타르에너지와 관계가 깊은 조선사 3곳 중 1~2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 한화오션(042660) 등 한국 조선사와 지난 6월부터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사는 중국 조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납기가 장점으로 꼽힌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운반선 표준 크기로 자리잡은 17만4000CBM급 10척도 추가 발주할 예정인데, 역시 한국 조선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국 대형 조선 3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카타르에너지 LNG 운반선 44척을 수주했다. HD한국조선해양 17척, 삼성중공업 15척, 한화오션 12척 등이다. 모두 17만6000CBM급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조사 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7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무게 단위)로, 총 59척이다.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96만CGT(18척)를 수주해 점유율 40%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57만CGT(30척)를 가져갔다.
수주량은 대수보다 용량(톤수)이 중요하다. 한국 수주 선박의 1척당 환산톤수는 5만3000CGT로, 중국(1만9000CGT)보다 약 2.8배 크다. 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일수록 톤수가 크다.
LNG 극저온화물창 독점 특허를 가진 프랑스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LNG 프로젝트는 1억7000만톤(t) 규모로, 이를 옮기려면 조선소에 발주된 185척의 LNG 운반선 외에 100척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들 물량이 나오면 하반기에도 한국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을 더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