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 및 재활용 과정에서 용매를 쓰지 않는 ‘건식’ 공정이 주목받고 있다. 건식 공정은 생산 단가를 낮추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어 차기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4분기 중 건식 공정으로 만들어진 양극재가 들어간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건식 공정으로 만든 4680 배터리 시제품을 탑재한 사이버트럭 차량 테스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개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 모델./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는 지난 2020년 최초로 4680 규격을 발표하면서 향후 건식 공정을 적용해 제조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건식 코팅 스타트업인 맥스웰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건식 공정은 배터리 제조의 첫 단계인 전극 공정에 적용되는 공법으로 현재 널리 사용되는 습식 공정과 대비되는 방식이다. 습식 공정은 전극을 구성하는 양·음극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을 NMP(노말메틸피롤리돈)라는 용매와 혼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슬러리를 양극박(알루미늄박), 음극박(동박)에 넓게 펴 바른 뒤 20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해 건조한다.

이에 비해 건식 공정은 별도의 건조 과정 없이 각종 재료를 고체 가루 형태로 만들어 양·음극박에 바로 코팅한다. 습식 공정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고, 건조에 필요한 면적도 작다. 또 습식 공정에 사용되는 용매는 유해 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회수 장치를 갖춰야 하는데, 건식 공정은 관련 장비가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

배터리 제작의 첫 단계인 '전극 공정' 도식.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건식 공정은 이론상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만, 전극 내 각종 입자를 동일한 비중으로 분산해 코팅하기가 어려워 그간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본격 도입을 예고하면서 향후 업계의 표준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건식 공정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최근 “현재 건식 전극 기술의 연구 단계를 넘어 파일럿 공정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빠르면 2028년에 이 공정을 도입한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도 건식 공정에 관해 관심이 크다. 현재 성일하이텍(365340) 등 대부분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은 배터리를 파쇄해 나온 블랙파우더를 황산 등 용매에 녹여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습식 공정을 사용한다. 습식 공정은 효율이 높지만, 오염수가 다량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영풍이 지난 2022년 석포제련소 3공장에 설치한 2차전지 리사이클링 파일럿 공장 내 건식 용융로. / 영풍 제공

건식 공정은 고온의 열을 가해 블랙파우더를 녹인 뒤 각 금속의 고유 성질(무게, 자력, 특정 원소와의 화학적 결합 여부 등)을 이용해 유가금속을 추출한다. 습식 공정에 비해 대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데 유리하다. 배터리를 고온 용융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은 늘어나지만, 탄소포집 등의 기술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영풍(000670)은 지난 2022년 폐배터리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세계 최초로 건식 제련 방식을 사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시험) 공장을 가동했다. 오는 2030년까지 연 생산량을 70만톤(t)까지 늘려 5조원 규모의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포스코HY클린메탈 역시 개화하는 사용 후 배터리 시장에 발맞춰 대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건식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