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올림픽 출전 불발, 깜깜이 감독 선발 등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HDC(012630) 회장)이 5촌 조카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비교되며 불편한 상황에 빠졌다. 현대차가 후원하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이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에 배정된 금메달 5개를 모두 가져오면서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자 “정의선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도 맡아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6일 재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따르면 정의선 회장과 정몽규 회장을 비교하는 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 등에는 “정의선 회장은 축구협회도 맡아주세요. 국민염원입니다”, “양궁협회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체육협회”, “축구는 왜 정몽규가 모든 것을 관여하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회장의 씁쓸한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몽규 회장의 부친은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인 정세영 명예회장으로 ‘포니정’으로 불리며 현대차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1967년부터 현대차 경영을 맡았다. 이후 아들인 정몽규 회장은 1988년 현대차에 대리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하며 1996년 현대차 회장에 올랐다. 정몽규 회장은 1998년 기아차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 사업에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1999년 현대그룹 경영권 조정 때 현대차를 사촌 형인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넘겨주고 현대산업개발로 넘어오게 됐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회장 자리를 정의선 회장에게 넘겨주게 된 셈이다.
최근 정의선 회장과 정몽규 회장을 비교하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에는 각각 협회장을 맡고 있는 양궁과 축구의 성적과 관련이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김우진(청주시청)은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양궁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혼성전),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가져온건 금메달 4개가 걸려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다.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까지 3대에 걸쳐 약 40년간 양궁협회를 후원하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중 최장기 후원 기록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이 후원한 액수는 500억원 수준이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축구는 각종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 1월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선출된 뒤 2016년과 2021년 등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3 아시안컵 우승 실패 ▲승부 조작 축구인 사면 시도 ▲40년 만에 올림픽 예선 탈락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정몽규 회장이 축구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철회,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참사,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 연이은 악재로 시달리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당시 정의선 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양궁 경기를 함께 볼 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원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축구협회장 자격이나 경영 능력까지 조카와 비교되는 상황은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