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가 피살된 이후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항공업계의 유류비 지출도 늘어나는데, 비용 부담이 커진 항공사들이 대목인 추석 연휴에 항공권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하마스 최고 권력자의 사망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급등세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 9월 인도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92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4.26%(4.28달러) 올랐다. 대륙간거래소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 역시 전 거래일에 비해 2.66%(2.09달러) 오른 배럴당 80.72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6월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여객들이 짐을 맡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윤예원 기자

기름값은 항공사 영업비용의 30~35%를 차지해 기름값이 오르면 항공사의 지출 부담이 커진다. 항공사는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급사와 헤징(hedging·위험 회피)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은 기름값이 변해도 같은 가격에 항공유 등을 공급 받는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계속되면 추가 지출 위험도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오를 때마다 약 3100만달러(43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항공 업계 하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름방학, 휴가 등이 있는 3분기는 항공 업계의 성수기로 분류되는데, 기름값이 오르면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수기에 해당하는 지난 2분기도 환율 문제로 리스비, 유류비 등의 지출이 많았다. 또 여객 수요 증가로 채용을 늘렸는데,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다.

비용이 증가하면 이를 만회할 방법은 항공권 인상뿐이다. 항공사는 이동거리가 길수록 할증하는 ‘거리비례 구간제’를 적용 연료비 부담을 상쇄한다. 추석연휴가 있는 9월 중순 몰리는 여행수요에 맞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연휴 여객 수요가 몰리고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라고 했다.

항공사가 부과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8월 이미 인상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8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만8200~14만1400원으로 전달 대비 최대 1만8200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2만800~11만5000원으로, 최대 1만3600원 인상됐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도 일제히 유류할증료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