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양궁과 펜싱, 사격 선수들이 선전한 건, 해당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 온 재계의 노력이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임시현·남수현·전훈영)가 지난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대회 남자양궁 단체전 도중 만세를 하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최근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남자 단체 결승전을 찾아 직접 응원했다. 양궁 국가대표들의 잠자리, 먹거리까지 직접 챙긴 정 회장은 양궁 경기 일정 마지막 날까지 파리에 머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한국 양궁과 인연을 맺은 건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1985년부터다. 정 회장은 아버지 정 명예회장의 양궁협회장을 2005년 이어 받은 뒤로 물심양면 양궁 선수들을 지원해 왔다. 국제 대회에서 한국 양궁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정 회장을 언급하는 건 이 때문이다. 또 경기를 찾은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 정 회장은 양궁 ‘승리요정’으로 불린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어졌다. 현대차의 연구개발 기술력이 접목된 슈팅 로봇을 제작했으며, 훈련 장비, 전용 연습장, 특별 훈련, 올림픽 현장 지원 등을 현대차그룹이 챙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열린 Team SK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선수들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수영 황선우, 역도 박혜정, 핸드볼 강경민, 펜싱 윤지수, 송세라, 구본길, 오상욱. /뉴스1

이번 올림픽 한국 첫 금메달인 펜싱은 SK그룹이 2000년대 초부터 후원 중이다. SK텔레콤(017670)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았는데, 약 20년간 총 300억원을 지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현재 대한펜싱협회의 회장이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인 핸드볼도 SK와의 연이 깊다. 올림픽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여자 핸드볼 팀은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강호들과 경쟁 중이다. 최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유명한데, 학창 시절 선수 경험도 있다. 최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파리를 찾지 않았지만, 올림픽을 앞둔 지난 5월 핸드볼 대표 선수들을 워커힐 호텔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지난해 6월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3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 참가한 반효진 선수. 반효진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공기소총 여자 10m에서 우승했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이번 대회 최고 효자 종목에 등극한 사격은 한화그룹이 오랫동안 후원했다. 김승연 회장은 사격 마니아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가 소속팀을 찾지 못하자 한화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해 지원했다. 한화는 2002년 이후 사격 발전기금으로 200억원 이상을 썼다. 지난해 말까지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았다.

포스코그룹은 1985년부터 대한체조협회 회장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체조에서 금메달을 딴 신재환, 동메달을 획득한 여서정에 예정된 포상금의 2배 이상을 지급해 화제가 됐다. 비인기 종목인 체조는 당시 포스코의 지원에 힘입어 최고 성적을 냈다.

대기업이 이들 스포츠를 후원하는 건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 장구 등에 브랜드를 노출해 자연스럽게 인지도와 호감도를 올린다. 실제 경제적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인기·비주류 종목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