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011790)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유리기판(글라스기판)이 본업인 동박을 대신할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유리기판은 고성능 컴퓨팅에 특화된 반도체 기판이다. 반도체 패키지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개선할 수 있는 이른바 ‘꿈의 기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올해 하반기 고객사를 대상으로 유리기판 제품 테스트를 실시한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 예정으로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쯤 제품 승인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로 주요 고객사 인증과 투자를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C는 지난 2021년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중 하나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함께 앱솔릭스를 설립했다. 앱솔릭스는 약 3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유리기판 공장을 세웠고, 2025년 상반기를 첫 양산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리기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과 달리 표면이 매끈하고 두께가 얇다. 열에 강해 설계가 복잡해지는 고성능 반도체 회로에 얹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가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는 동박이 흔들리면서, 유리기판 사업에 거는 기대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이달 초 미국 출장 중 앱솔릭스를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빅테크(거대 IT기업) 경영진에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기술 경쟁력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SKC는 동박, 화학 사업의 적자가 지속되며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동박 사업은 전기차 업황 둔화, 중국발(發) 공급 과잉 등 악재가 맞물린 상태다. 회사 동박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외 공장의 고정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C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5.7% 감소한 4690억원, 영업손실은 422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33.6% 증가한 2조988억원이지만, 영업손실 1245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