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한 4대 그룹이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면서 공식 복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 SK(034730), 현대차(005380), LG(003550) 등 4대 그룹은 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는 남아 있었는데, 지난해 한경협이 한경연을 통합하면서 형식상 복귀한 모양새가 됐으나 회비는 납부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회비를 납부했고 SK(034730)와 LG(003550)는 연내 납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도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면서 납부 검토를 시작했다. 한경협이 4대 그룹에 요청한 회비는 3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움직임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 4대 그룹의 사업영역에서 큰 정책적 변화가 올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기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막고 미국 고객이 자동차 한 대당 수천 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하겠다"며 "아직 지출되지 않은 수조 달러의 자금을 도로, 교량, 댐과 같은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오는 10월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을 앞둔 현대차는 미국 정치권과 논의할 수 있는 협상력을 빨리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 중 한 곳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견·중소기업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해 대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또 한경협을 이끄는 류진 풍산(103140)그룹 회장은 미국 공화당 인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4대 그룹은 과거 내수 시장에서 경쟁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으로서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줄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경협과 같은 경제 단체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재계는 한경협 회비보다는 오히려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 한경협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각각 10억원과 1억엔(약 8억8500만원)을 출연해 기금을 창설했다. 일본 기업 측은 기부액을 2억엔(약 17억7074만원)까지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내 기업은 기금 출연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기금이 출범했지만, 아직 기금을 내겠다는 기업이 없는 것은 과거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악몽이 남아있다는 뜻"이라며 "4대 그룹이 직접 미래기금을 내는 것보다는 한경협 특별 회비 등 다른 방식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