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SK(034730)그룹 회장) 회장은 19일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해 “향후 2~3년간은 적수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수연 네이버(NAVER(035420)) 대표 등과 대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다뤘고, 이것은 AI 연산과 같은 (병렬 처리) 계산법을 갖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굉장히 많이 발전시켰다”며 “아무리 싸고 좋은 칩이 새롭게 나오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엔비디아를 이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는 엔비디아의 추격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지금 AI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 기업이 지불하든 개인이 지불하든 지불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되면 다른 형태의 생태계가 필요해지고 엔비디아가 쌓아 올린 공산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어떤 기업이 엔비디아와 경쟁할지를 묻는 말에 “엔비디아의 칩 성능이 좋아서 비싸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쓸 것이다. 5년 이상 그럴 수도 있다”면서 “누가 엔비디아를 깰 수 있는지 지금은 누구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도 나름대로 칩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크고 칩 제조사인 AMD와 ARM(암)도 만들고 있다. 누군가 칩을 값싼 형태로 만들 수 있다면 엔비디아는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률은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의 경영자들과 잇달아 만난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업들이 나름의 전략을 갖고 있어서 그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의 전략은 반도체 외에 다른 설루션을 파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각각의 요구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등 단품을 팔기보다는 우리 에너지 설루션까지 필요로 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최근 테크 기업의 관심은 AI 데이터센터다. 우리가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우리 기술과 소재가 들어가서 어떻게 효과적인 데이터센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경영자들과 만나)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와 같은 반도체, 에너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AI 골드러시(금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가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라는 금을 캐기 위해 도전하는데 그 과정에서 청바지, 곡괭이를 파는 기업이 돈을 벌었고 그게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의 기업”이라며 “금이 안 나오면 곡괭이를 팔지 못하고 골드러시는 사라질 수 있다. 결국 네이버 같은 기업이 AI에 성공해서 돈을 벌어야 우리 같은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는 데 그게 SK의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