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은 18일 SK E&S와의 합병에 대해 “당분간 조직 안정화와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에도 기존 조직과 사업을 유지하고 공동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략 방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 관련해 여러 개편, 통합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추가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오는 11월 매출 88조원, 자산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출범하게 된다. 양사는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토털 에너지 설루션을 요구하는 고객은 많아졌다. 넷제로(탄소중립) 시장이 커지는 상황까지 감안해 지금이 합병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공동 사업단을 만들어 구체적인 시너지 방안을 논의하고, 어떻게 기회를 잡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이후에도 두 회사의 독립적인 경영 방식은 유지된다. 시너지 창출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기존에 SK E&S가 갖고 있는 의사결정 구조나 역량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박 사장은 “당장은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 외부에서 언급되는 이른바 CIC(사내독립기업) 체제를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SK E&S의 분할 상장 계획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주주환원 방식의 경우 기존에 약속한 배당 수준을 유지하고, 향후 경영 상황에 따라 추가 정책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터리 자회사 SK온 상황이 업턴(상승기)으로 돌아서면 추가 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SK온은 전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단계적으로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에 따른 SK온의 매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는 5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회사의 중요한 투자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로 내년부터는 자본 부담이 대폭 감소하겠지만 자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SK E&S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합병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 합병 비율(1대 1.1917417)이 동등한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에게는 유리하지만,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약 3조원 보유한 KKR을 설득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KKR이 SK E&S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불만을 갖고 투자금 중도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KKR이 (상환을 요구하지 않고) 투자를 유지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며 “11월까지 논의는 필요하겠지만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 역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방향을 찾아가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