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매일유업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17일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들은 2026년 이후면 다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 수입이 늘고 저출산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 “매일유업은 우유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저출생 시대, 혁신으로 극복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부회장은 “매일유업이 사업을 시작한 1969년에는 신생아가 104만명 태어났고, 당시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제품이 분유였다”며 “그러나 2023년에는 신생아가 23만명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우유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낙농가에서는 여전히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수입 우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약 20년 전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 관세는 방어를 위해 100%로 해놓고 해마다 5%씩 낮춰 2026년에는 0%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 해외 낙농가 우유 가격은 더 낮아졌고 국산 우윳값은 2배가 됐다”라며 “이런 상황이 1∼2년 내로 오기 때문에 우유업계 위기에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매일유업은 분유로 수익을 올리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우유의 주요 타겟인 영유아와 어린이,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통계를 보니 65세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고 어린이와 영유아에 집중되었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65세 이상으로 바꿔보자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식물성우유였다”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성인 영양식, 메디컬 푸드, 아이스크림, 커피, 식빵, 체험 목장 등 우유로 만들 수 있는 연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식물성우유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매출은 지난해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이 재무담당으로 입사한 2009년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 변신으로 꾸준히 유제품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