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뒷받침하는 법·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성능 진단 시장, 배터리를 분쇄해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시장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2027년을 목표로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의 원활한 거래를 위한 전(全)주기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배터리 순환 경제 도식. /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구체적으로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통합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해당 법안에는 ▲배터리 탈거(脫去) 전 성능평가 도입 ▲재제조·재사용 배터리 탑재 제품에 대한 유통 전 안전 검사와 사후검사 의무화 ▲재생 원료 인증제, 배터리 전주기 이력 관리 시스템 등 신설 제도를 규정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순환 경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발표로 배터리 성능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민테크(452200)는 배터리를 뜯고 해체하거나 충·방전할 필요가 없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기반의 3세대 배터리 검사·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지분 5.33%를 보유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민테크는 최근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재사용 배터리 안전성 검사 기관으로 지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한국과 미국에서 측정 장치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민테크 관계자는 “자사 기술을 활용한 사용 후 배터리 상태 진단은 검사 시간을 최소 15분까지 줄일 수 있어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터리 재제조·재사용·재활용 개념도. /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성일하이텍(365340)도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성일하이텍은 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유가금속을 추출해 재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회사는 전처리(물리적으로 폐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방전시키고 해체한 뒤 불순물을 제거한 이후 블랙파우더를 만드는 공정)와 후처리(블랙파우더를 황산에 녹여 유가 금속을 추출) 공정을 모두 갖췄다.

성일하이텍은 아시아, 유럽 등 10곳에 전처리 공정을 담당하는 ‘리사이클링 파크’를 가지고 있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블랙파우더를 국내 2곳의 ‘하이드로 센터’로 운송해 후처리를 진행한다. 2030년까지 리사이클링 파크를 30개소로, 하이드로 센터를 5개소로 확장할 계획이다.

성일하이텍 전북 군산공장 전경. / 성일하이텍 제공

대기업들도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은 지난 2021년 GS에너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했다. 회사는 현재 5800톤(t) 수준인 니켈·코발트·수산화리튬 생산량을 오는 2027년 7만t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에코프로(086520) 역시 배터리 재활용 전문 계열사 에코프로씨엔지의 생산 용량을 연간 1만2000t에서, 2027년 하반기까지 6만10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010130)도 폐배터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5년 3조원, 2030년 12조원, 2040년 87조원 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