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한전선(001440)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LS전선은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대한전선 측은 “LS전선의 영업비밀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바가 없다”고 맞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대한전선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에 따른 피의자로 전환하고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 전용 공장 전경. / LS전선 제공

이는 20년 이상 LS전선의 케이블공장 건설을 담당해 온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가운건축)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를 대한전선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LS전선 측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 수천t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한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 정황 증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하며,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LS전선 역시 설비를 맞춤 제작했으며, 해저 1동부터 4동까지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R&D 투자와 실패 비용을 들여 제조 노하우를 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LS전선은 공장 시공을 맡은 가운건축에 압출, 연선 등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 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또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 대한전선 제공

이에 대해 대한전선 측은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선형구조인 케이블 제품은 중심(도체)에서 바깥(절연체 및 외장 등)으로 공정이 진행되며, 이 순서를 고려하여 설비를 배치한다. 이 때문에 공장 설비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일 수 없으며, 해외 공장들은 경쟁사의 공장 견학을 허락할 뿐 아니라 홈페이지 등에 설비 배치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기술을 탈취한 바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한전선 측은 “수십 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기술력 및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제가 된 ‘가운건축’은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한 업체라는 설명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공장 설계 경험이 있는 다수의 설계 업체 중, 정성∙정량 평가를 통해 선정했다.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당사는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