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HD현대중공업(329180)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HD현대가 선박 엔진 주요 부품인 국내 크랭크샤프트(CrankShaft·CS)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국내 CS 점유율은 STX중공업을 인수하기 전 약 61%였다. STX중공업의 자회사인 KMCS(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 역시 CS를 만들어 납품하는데,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12%다. HD현대중공업이 STX중공업을 인수하면서 국내 CS 점유율의 약 73%를 차지하게 됐다.

공정위는 HD현대중공업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을 심의하면서 HD현대중공업을 CS 시장 참여자로 간주했을 때 점유율은 최소 60~70%일 것으로 예상했다. KMCS의 경우 10~2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공정위는 HD현대중공업은 CS 제품을 자가공급만 해왔다고 보고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크랭크샤프트(CrankShaft·CS). 엔진 내부 피스톤의 상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하는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3년 동안 경쟁사에 대한 공급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인상 제한, 납기지연 금지 등의 조건을 걸었다. 또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하면 시정조치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CS는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CS는 엔진 내부 피스톤의 상하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해 프로펠러를 작동시키는 부품으로 엔진의 동력을 좌우한다.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034020), KMCS 등이 만든다.

한화엔진(082740)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80%, KMCS에서 20%의 CS를 공급받고 있다. 한화로서는 조선업계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HD현대로부터 엔진의 핵심 부품을 사 오게 된 것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CS를 외부에 팔지 않고 자가공급만 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한화엔진이 새로운 공급처를 찾을 것으로 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와 CS를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데, 주기기 수주가 늘어 CS 생산을 늘릴 여력이 없는 상태다.

CS를 중국 등 해외 업체에서 공급받는 방법이 있지만, 품질에서 차이가 난다. CS의 품질은 엔진의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선사는 선박을 발주할 때 CS 제조사를 직접 고른다. 최근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가 심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정위 역시 중국산 CS는 품질과 운송비, 납기 안정성 측면에서 국내 제품을 대체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크랭크샤프트 공급 관계도./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