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연속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011170)이 최근 우호적인 업황에 힘입어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에틸렌(기초소재) 생산량 증가 폭이 예상보다 낮은 가운데, 중국이 이구환신(以舊換新·신제품 교체) 정책을 펼치며 내구재 등에 사용되는 첨단소재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인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2년 가까이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기초소재 부문은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89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초소재 사업은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를 NCC(나프타 분해설비)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자일렌류의 기초 유분 및 모노머 제품을 만들고, 이를 가공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구조다. 그러나 대량의 기초소재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시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최근 몇 년간 롯데케미칼 등 NCC를 보유한 한국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에 적자 폭을 줄이고, 3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규모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고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첨단소재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년 전과 비교해 35% 늘었으나, 실제 생산량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와 함께 글로벌 에틸렌 연간 증설 규모는 2019~2022년 연평균 1100만톤(t)에서 2024년 613만t, 2025년 52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승재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원재료인 나프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수익성 부진으로 NCC 가동률이 70~75%에 머물고 있다. 이는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따른 시황 부진 회복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올해를 ‘소비 촉진의 해’로 지정하고, 이구환신(신제품 교체) 등 적극적인 소비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고부가 소재인 ABS(아크로니트로부타디아민스티렌)의 2분기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6% 상승했다.
ABS는 내열성·내충격성이 뛰어나 자동차·가전·정보기술(IT) 산업에서 금속 대신 쓰인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첨단소재를 기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으로, 최근 전남 율촌산단에 50만t 규모의 첨단소재 공장 착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