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대형 배터리 3사는 모두 유럽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EU(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7.4~37.6%의 잠정 상계 관세율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진행된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오는 11월까지 기존 관세율(10%)에 더해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임시 관세 성격을 갖지만, 올해 11월 EU 인구의 65%를 대표하는 27개 회원국 중 55%인 15개국 이상이 투표에서 찬성하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추가 관세율은 조사 협조 여부, 제조업체에 따라 달라지나 대부분의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에 적용됐다. 비야디(BYD)는 17.4%포인트(P), 지리(Geely) 19.9%P, 상하이자동차(SAIC)는 37.6%P의 관세가 추가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전기차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7.6%P의 추가 관세율이 적용된다.

EU의 조치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은 다른 지역보다 성장률이 저조해 한국 업체의 유럽 공장 가동률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럽에서 팔린 순수전기차(BE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약 11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선 지난해보다 31.7% 늘어난 약 338만대가 팔렸고, 북미에서는 10.9% 늘어난 약 68만대가 팔렸다.

전체 시장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5월 24.5%에서 올해 1~5월 21.1%로 3.4%포인트(P) 감소했다. 유럽 내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이 지난해 초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을 축소했고, 작년 말에는 보조금 지원을 1년가량 조기 종료한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르노 공급계약 개요.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기업의 유럽 지역 수주는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르노(Renault)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와 전기차용 파우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말부터 5년간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3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한다. 회사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4조~5조원 규모로 추정한다.

유럽 최대 배터리 사로 꼽히는 노스볼트(Northvolt)의 위기도 한국 배터리 업체에 좋은 소식이다. 최근 BMW는 노스볼트와 체결했던 20억유로(약 3조원) 규모의 각형 배터리 셀 주문을 취소했는데, 노스볼트가 수율(정상품 비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노스볼트가 실주(失注)한 물량이 각형 폼팩터에 강점을 가진 삼성SDI(006400)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SDI 관계자는 “BMW와의 추가 계약은 확정된 바 없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기회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